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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김현아 기자
전국 의과대학 강의실이 텅 빈 지 1년 6개월, 대학들이 꺼져 있던 강의실에 하나둘씩 불을 켤 채비를 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 총장들이 의대생들의 복귀 선언에 따른 후속 조치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 2000명’ 정책에 반발해 수업 거부에 돌입했던 의대생들이 ‘전격 복귀’를 선언한 지 5일 만이었다. 각각 수천, 수만 명의 학 대출금이자계산기 생을 짊어진 대학 총장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일이 쉬웠을 리 없다. 학교마다 꼬일 대로 꼬여버린 학사 일정, 학내 구성원들의 감정 대립 등 상황도 천차만별이었다. 의대가 있는 전국 대학 총장들의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 공동 회장을 맡은 이해우(62) 동아대 총장의 전화가 쉴 새 없었던 이유다.
의대생들의 남양주별내지구분양일정 복귀와 수업 재개가 결정됐지만, 이제 한고비를 넘겼을 뿐이다. 학생들 간 갈등 봉합과 의대 교육의 질 보장, 특혜 논란 해소 등 남은 과제가 적지 않다. 이 총장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의대생 복귀 과정이) 특혜가 아니냐는 이야기는 일반 국민의 시각에선 당연히 제기할 수 있는 문제”라며 “논란이 있었던 만큼 학생들도 복귀 후 열심히 공부해 제대로 된 신한은행 새희망홀씨 의료인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사립대학 총장으로서 ‘인 서울’ 집중 현상 속 지역대학의 경쟁력 살리기 방안, 등록금 문제 등 현안에 대한 견해도 제시했다. 이 총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6일 부산 사하구 동아대 총장실에서 진행됐다. 이후 전화 인터뷰를 통해 내용을 보완했다. 다음은 이 총장과의 일문일답.
―지난달 12일, 의대생 전세자금대출 이자 들이 갑자기 복귀하겠다고 선언했다. 교육부와 각 대학을 모두 ‘패싱’한 기습 발표였다고 하는데, 각 대학들의 반응은 어땠나.
“사전 조율은 전혀 없었다. 지난 3월에 돌아와 달라 호소했을 때 왔다면 하는 마음이 컸다. 총장들 사이에서도 복귀생을 위해 학사일정을 조정하는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총장들도 사람인지라, 학생들에게 섭섭한 마 인터넷주식담보대출 음이 들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결국 합의를 이끌어냈다. 의대를 둔 전국 40개 대학 총장들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판단한 이유는.
“일단 한시가 급했다. ‘트리플링(세 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것)’만은 막아야 했다. 현재 의대 전체 학생 수가 1만9000여 명 정도인데, 1만 명이 넘는 24·25·26학번이 함께 수업을 들으면 한 학년이 전체의 절반보다 더 많아진다. 인턴, 레지던트 수련 기간까지 고려하면 최소 10년 동안 이렇게 열악한 수업·수련 환경이 유지되는 것이다. 지금 어떻게든 돌아오게 해야만 했다.”
―의총협은 지난달 17일 합의를 바탕으로 본과 4학년은 내년 8월 졸업, 본과 3학년은 2027년 2월 또는 8월에 졸업하게 하고 8월 졸업자에게는 추가 의사국가시험(국시) 추진을 검토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정부도 즉각 이를 받아들였지만, 의대생들에게만 특혜를 준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반 국민이 봤을 때 (특혜 논란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교육을 책임지는 대학의 총장이다. 혼란이 자명한데,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누군가 욕을 먹더라도 해야 한다. 그게 바로 의총협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기습 복귀를 선언했던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를 이끌던 이선우 비상대책위원장이 사과 한마디 없이 조용히 사퇴하면서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센데.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우려를 우리 대학(동아대) 의대 학장단에 전달했고, 학생들이 학장단과 소통하는 자리에서 이와 관련한 입장을 마련했다고 한다. 지난 11일 의대 학년별 대표 7명이 ‘학교 운영에 혼선을 초래하고, 학사일정·수업 준비에 큰 부담을 끼쳤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학교 역시 학사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기존에 복귀한 학생들과의 얽히고설킨 갈등 역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특히 먼저 복귀한 학생들을 향한 미복귀 학생들의 ‘조리돌림’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학교에서 신경을 바짝 쓸 것이다. 이제는 먼저 들어오고, 나중에 들어오고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나중에 함께 일할 ‘동료’들 아닌가. 상황이 좀 정리가 되고 나면, 총장 주재로 전체 학생들을 모아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려 한다. 그만큼 총장이 학교 본부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알려주며 학생들을 안심시키고 싶다.”
―강의에 진료까지, 의대 교수들의 업무량도 대폭 늘었다. 처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계획인가.
“초과 강의 수당 인상 등 인센티브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앞서 정부에 의료인을 양성하는 일인 만큼, 국·사립대 상관없이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건물 짓고 교수를 채용하는 것은 학교에서 할 테니, 해부학 실습실이나 응급 시뮬레이션 센터 등 학생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지원해 달란 것이다.”
―일부 학생들은 아직도 ‘24·25학번 더블링도 막아달라’고 주장한다.
“더블링은 (피할) 방법이 없다. 이미 교육을 받고 있는 학교들도 있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의대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학령인구 급감, 수도권 집중 등 ‘지역 대학 살리기’가 또 다른 전선이 되고 있다.
“결국 취업이 핵심이다. 총장 취임 이후 가장 신경을 쓴 부분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삼성중공업에서 12년을 재직하며 이 같은 생각이 확고해졌다. 총장이 직접 뛰어야 한다. 2020년 8월 총장 취임 이후 삼성, 현대, LG 등 안 찾아간 기업이 없다. ‘교수가 한번 머리를 숙이면 학생 인생이 바뀐다’, 이것이 나의 철학이다. 1980년대 한강 이남 최고 명문 사학이었던 동아대를 다시 부활시키고 싶다.”
―학생들의 실무능력 함양을 위해 기업 출신 교수 채용도 늘리고 있다 들었다.
“기업에서 실제로 일해 보니, 책에 있는 내용만 가지고 공대 교육을 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 실무 경험이 3∼5년 정도는 필요하다 본다. 취임 이후 박사학위나 논문 대신 산업체 경력을 우대해 주는 혁신안을 마련해 시행했다. 반도체 전문가인 전 SK하이닉스 부사장 심대용 교수를 정년트랙으로 임용한 것이 대표적 예다.”
―저출생이 이어지고, 등록금 인상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지역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선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필수 불가결한 과제라고들 한다.
“외국인 유학생은 ‘정원 외’ 인원이란 점에서 대학 재정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 나도 내가 직접 비행기를 타고 오가며 유학생 유치에 힘을 다하고 있다. 처음 취임했을 때 800명이던 유학생이 올해 2100명까지 늘었다.”
―총장이 직접 나서는 이유가 있나.
“톱다운 방식으로 일을 하면 실무선에서 일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그걸 아는데 안 갈 수가 없다. 내년 목표는 3000명을 유치하는 것이다.”
―결국 등록금 현실화가 지역 대학 재정난 해결의 열쇠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대는 2023년 전국 사립대 중 처음으로 등록금을 인상했는데.
“총장이 됐을 때 대학 적립금도 거의 없고 적자로 돌아선다는 보고를 받았다. 학생회 간부들이 ‘총장님, 등록금을 좀 올리더라도 화장실 좀 고쳐주세요’ 할 정도로 학내 상황이 좋지 않았다. 결국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고, ‘10원도 허투루 쓰지 않고 교육 환경을 개선하겠다’ 약속했다. 화장실, 강의실, 냉난방 시설 등을 살펴보라.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대학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등록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얘긴가.
“시장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영국의 세계 대학 평가 기관 QS가 발표한 평가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대학이라는 서울대 랭킹도 떨어지고 있지 않는가.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멀리 보고, 시장경제가 돌아가는 구조 속에서 자연스레 결정되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배달업체·막노동으로 등록금 마련… 조선소 경험 살려 대학에 ‘기업 DNA’ 이식■ 李총장 “난 흙수저 중의 흙수저”

한 대학의 총장이라 하면 보통 엘리트 교육을 받고 자란 부유한 집안의 자제였으리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해우 동아대 총장은 “나는 흙수저 중의 흙수저”라고 웃으며 말했다. 경북 경주시 건천읍의 작은 마을, 그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집 막내로 태어났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며 집안 사정은 더 어려워졌다. 대학 진학은 언감생심, 취업이나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러던 중 누군가 ‘야간대학에 가면 돈을 벌면서도 공부를 할 수 있다’ 일러줬다 한다. 대입까지 딱 1년이 남은 시점이었다. 그 길로 공부에 매진해 누나가 직장 생활을 하던 부산, 그중에서도 야간대학이 있던 동아대 금속공학과에 입학하게 됐다.
이 총장은 “우유 배달 업체 근무, 막노동 등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다”고 했다. 하루는 폐스티로폼을 태우다 갑자기 불이 커져 오른쪽 팔에 커다란 화상을 입었다.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흉터다.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아르바이트는 1980년대 초 동아대 체육관 건물을 짓던 일이다. 이 총장은 “내가 직접 모래, 시멘트, 자갈로 지어 올린 건물이다. 지금도 마음이 흔들릴 때면 이 건물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했다.
대학원까지 마친 이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 입사했다. 이 총장의 “인생을 바꿔준 경험”이라고 한다. 이 총장은 “신입사원 시절 사장님 앞에서 발표할 일이 있었는데, 이를 좋게 보셨는지 등록금을 대줘 부산대에서 박사학위도 받았다. 삼성에 항상 고맙게 생각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기업 출신 DNA는 학교에서도 여실히 발휘되고 있다. 직원 승진제도를 ‘성과 중심’으로 모두 바꾼 것이다. 이 총장은 “교수들 호봉도 성과 중심으로 개편했다. 논문을 쓰지 않으면 호봉 승급을 제한할 것”이라며 “이렇게 관리하지 않으면 동아대는 3류 대학으로 전락하거나 문 닫을 위기에 처한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다. 다행히 60% 이상의 동의도 받아냈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동아대 설립자 직계가족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연임에도 성공했다. 그는 “‘총장이 일 안 한다’ 소리 듣고 싶지 않다. 내 모교이기에, 욕을 먹더라도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강조했다.
△1963년 경북 경주 △문화고 △동아대 금속공학과 학·석사 △부산대 조선공학과 박사 △삼성중공업 연구소 책임연구원 △동아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제16·17대 동아대 총장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 공동회장
김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