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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첫 기준중위소득이 이르면 오는 31일 결정된다. 기준중위소득은 기초생활보장 제도를 비롯해 74개의 복지 제도의 수급자를 선정하는 기준이다. 빈곤에 빠진 이들에게 '동아줄' 같은 공공부조의 판단 기준이지만, 이 기준이 실제 소득 중간값보다 수십만 원 적어서 '복지 사각지대'가 생겨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도 이 격차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재정 여건이 충분치 않다는 논리에 주춤하는 동안 격차는 오히려 더 커졌다.

'역대 최대' 인상에도...격차 소상공인지원자금대출 벌어져
2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석열 정부는 집권 3년간 기준중위소득을 '역대 최대'로 인상했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기준중위소득과 실제 중위소득의 격차는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중위소득을 산정할 때 활용하는 통계자료(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바탕으로 시민단체인 '기초생활보장법 바로세우기 공동행동'이 자동차세 연체 중위소득을 산출한 결과, 2024년 1인 가구의 실제 중위소득은 약 277만 원이었다. 같은 해 1인 가구 기준중위소득(약 223만 원)은 실제보다 54만 원 적었던 셈이다. 3년 전인 2021년 1인 가구의 실제 중위소득(약 215만 원)과 기준중위소득(약 183만 원) 간 격차는 32만 원이었는데, 더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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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보건복지부는 역대 최대로 기준중위소득을 인상했다 강조해 왔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 결과 관련 복지부 보도자료 캡처


격차는 다른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이원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5월 발표한 연구에서는 2023년 산출한 실제 중위소득 서울대 대학원 이 2022년 기준중위소득보다 62만 원가량 더 많았다. 두 분석은 데이터의 시점 차이가 있지만, '격차가 상당하며, 계속 커지고 있다'는 점에선 동일하다. 이 연구위원은 "격차가 작지 않고 시간에 따라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준이 실제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빈곤에 빠져 있지만 복지 대상에서 제외된 이들의 규모도 상당하다. 공동행동 제2금융권무직자대출 은 기준중위소득과 실제 중위소득의 격차로 인해 생기는 '비수급 빈곤층'의 규모가 최대 113만 가구에 달한다고 추산한다. 이 연구위원은 기준중위소득이 가계금융복지조사상 중위소득과 동일하게 인상되면 수급률(전체 인구 대비 수급자의 비율)이 생계급여 기준으로 0.67%포인트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인구수를 바탕으로 역산하면 생계급여(기준중위소득 32% 이하에 지급)로만 약 39만 명이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다.

왜? 정부, '격차 해소' 목표 세우고도 못 지켰다



3일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이 국회에서 개최한 '기초생활수급가구 가계부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 장소에 기준중위소득이 너무 낮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의견이 적혀 있다. 홍인택 기자


정부는 격차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도, 불투명한 '보정'으로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부터 6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기준중위소득과 실제 중위소득의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목표까지 세웠다. 기준중위소득을 정할 때 ①최근 3개년 가계금융복지조사상 중위소득의 증가율 평균치(기본증가율)에 더해 ②격차 해소를 위한 추가로 약 2%를 6년간 적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방침을 세운 첫해부터 기준중위소득을 2.68%(4인 가구 기준)밖에 올리지 못했다.
이후에도 복지부가 "최초로 원칙을 반영해 결정했다"고 자평한 2022년을 제외하곤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기본증가율을 자체적으로 보정해 낮추면서, 기준중위소득과 실제 중위소득의 격차는 벌어졌다.



기준중위소득을 결정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폐쇄적 운영은 "어떤 근거로 기준중위소득을 정하는 것이냐"는 의구심을 키우는 상황이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 결정은 매년 보도자료로 공개되며, 그 이전 회의록은 공개되지 않고 속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어떤 계산을 거쳐서 숫자를 보정하는지는 기재부 측과 전문위원 2명밖에 모른다고 보면 된다"며 "통계청에서 공표한 숫자 그대로 활용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더 해소하기 어려워진 격차
줄이겠다던 격차가 오히려 벌어지면서, 문제를 풀기는 더 어려워졌다. 이원진 연구위원의 추산에 따르면, 2022년을 기준으로 기준중위소득을 실제 중위소득에 맞췄을 경우 늘어나는 급여 총액은 한 해에 7조9,143억 원에 달한다.
시민사회에선 새 정부가 윤석열 정부 이상으로 기준중위소득을 올려서 격차를 따라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정부가 격차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제대로 실현하는 게 필요하다"며 "최소한 지난 정부보다는 높게 결정이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원진 연구위원은 "너무 격차가 많이 벌어져, '격차 해소'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상태가 됐는지 잘 모를 정도"라며 "최소한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는 수준에서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