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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갑지 않지만 대한민국이 그렇다. 지난해 12월 24일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 가운데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어섰다. 우리나라 5122만명 인구 중 1024만명이 65세 이상이다. 유엔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8%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 대한민국 5명 중 1명이 ‘고령층’으로, ‘초고령사회(20% 이상)’ 진입은 사상 처음이다.
한국이 마주할 미래가 심각한 이유는 늙어가는 속도 때문이다. 고령사회 돌입 이후 초고령사회까지 걸린 기간은 불과 8년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2024년이면 고령인구 비율이 37%까지 높아져 ‘세계에서 합자회사설립 가장 늙은 나라’가 된다. 늙은 나라는 생산 가능 연령 인구가 줄어 경제 활력이 떨어진다. 전 세계 합계출산율 꼴찌인 현실을 감안하면 미래는 더욱 암울해진다.
다만 한국은 우리보다 먼저 노인 국가가 된 일본을 곁에 뒀다. 일본이 겪었던 시행착오와 성공 사례를 통해 배울 게 적지 않다. 매경이코노미는 일본 현지 취재를 통해 ‘정해진 미래’ 울산nh캐피탈 를 먼저 가봤다. 일본은 고립보다는 공생으로 초고령사회를 마주했다. 극심한 사회적 고립에 노출된 한국 노인과 대조적이다. 또한 실버 산업을 적극 키워 위기를 기회로 바꿔나갔다.
긴모쿠세이 우라야스 지점은 지바현 우라야스(浦安) 도심 한복판에 위치했다. 흔한 차단막이나 직원도 부평부동산중개업소 찾아볼 수 없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예쁜 카페가 떠오르는 풍경이다. (최창원 기자)
일본 도쿄의 심장으로 불리는 마루노우치 지역에서 지하철로 약 30분 거리인 지바현 우라야스(浦安)시. 우리에게는 ‘디즈니랜드’와 ‘디즈니 리조트’가 위치한 곳으로 잘 알려졌다. 하지만 일본 업무내용 시니어 업계와 전 세계 시니어 서비스 종사자들이 이곳을 주목하는 배경은 따로 있다. 고령화 시대, 일본의 달라진 해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요양원 ‘긴모쿠세이 우라야스(銀木犀 浦安)’가 있어서다.
“10년 전만 해도 일본은 착각 속에 살았다. 노인이나 치매 환자를 위해 특별한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식사를 티빙모먼트 대접하고 청소를 한다거나 빨래를 개는 게 ‘돌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오만한 생각이었다. 노인을 위해 뭐든지 해주겠다는 과잉 간병이 그들을 고립으로 이끌었다. 그건 진정한 의미의 돌봄이 아니다. 돌봄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나 자유를 빼앗는 게 아니라 그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뒤에서 지켜보고 지원해 그들을 사회로 이끌어내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할 존재다.”
현지 사회복지사는 이 말과 함께 긴모쿠세이가 고령화 시대를 마주한 일본의 결론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어떻게든 노인의 고립을 막고 사회로 이끌어내려고 한다. ‘공생(共生) 돌봄’이다. ‘공생 돌봄’이 급속도로 들이닥친 대한민국 ‘슬기로운 초고령사회’의 한 가지 해법이 될 수 있을까.
긴모쿠세이 우라야스 지점 입구는 작은 매점으로 만들어져 있다. 기자가 시설을 찾은 이날도 어린이들이 간식을 사고 있었다. 또 1층 로비 한편엔 아이들 책이 가득하다. (최창원 기자)
요양원서 뛰어노는 어린이들
외출은 기본 술·담배도 ‘OK’
일본은 2011년 ‘고령자 주거 안정에 관한 법률’을 만들고 복지 정책 방향성을 틀었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에게 외진 지역의 요양 시설 입소를 권하기보다 지역 사회 거주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이 과정에서 떠오른 게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이다.
노인들은 배리어프리(barrier-free) 설계가 적용된 시설에서 외출이나 식사 등 일반적인 생활을 한다. 동시에 지역 사회의 출장 의료·미용 서비스를 받는 형태다. 이렇게 노인 비용 부담을 덜고 지역 사회와 노인이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다만 이렇다 할 성공 사례가 없었다. 그러다 긴모쿠세이 등장으로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이 현실화됐다. 2016년 긴모쿠세이 우라야스 지점을 연 운영사 실버우드는 현재 일본 전역에서 10개 지점을 관리 중이다.
긴모쿠세이는 자리 잡은 위치부터 이색적이다.
먼저 한국을 떠올려 보자. 대부분 산 좋고 물 맑은 지방 외진 지역에 요양 시설이 밀집돼 있다. 그나마 최근에야 서울 인근에 시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대부분 ‘초럭셔리’를 표방한 호텔에 가까운 시설이다. 지역 사회와 조화로운 평범한 집이라고 보기엔 외형도 안 어울리고 가격 부담도 크다. 반면 긴모쿠세이는 모든 지점이 도심 한복판에서 지역 사회 건물과 함께 어울린다. 잘 모르고 지나가던 사람 눈에도 예쁜 빌라 혹은 카페·식당 정도로 보일 뿐이다. 더욱이 배리어프리로 설계된 만큼 담장이나 출입을 통제하는 직원도 없다. 하지만 이곳은 한국의 장기요양보험 같은 일본의 개호보험 등급을 받은 43명의 노인·치매 환자와 34명의 직원이 머무르는 요양 시설이다.
긴모쿠세이 방문 전 여권부터 챙겼다. 아무래도 요양 시설인 만큼 입구에서 통제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해서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긴모쿠세이는 말 그대로 ‘완전 개방’된 형태다. 차단막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오히려 입장을 반긴다며 운영 시간을 공지한 표지판이 자리한다. 긴모쿠세이를 찾은 이날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출입이 가능했다. 입구를 지나 출입문을 열자 작은 매점이 나왔다. 3평 남짓한 공간에 아이스크림부터 각종 음료와 한입 거리 간식,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필기구까지 가득하다. 운영 시간에는 누구나 들어와 매점을 이용할 수 있다. 이날도 초등학교 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연이어 문을 열고 자연스럽게 간식을 샀다. 긴모쿠세이 운영 직원인 미즈타미 씨는 “매점을 찾는 손님은 주로 어린 학생들”이라고 설명했다. 더 놀라운 건 결제 방식이다. 긴모쿠세이에 거주하는 노인이 직접 결제를 도왔다. 직원은 거리를 두고 바라만 봤다. 문제가 있을 때만 개입해 해결한다는 게 긴모쿠세이 운영 철학이다.
매점을 지나 1층 로비로 들어가자 ‘거실’ 같은 공간이 나타났다. 거주 중인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노인을 위한 공간인데, 어린이를 위한 책과 작은 의자들이 눈에 띈다. 정체를 모르는 사람이 보면 어린이 도서관이 떠오를 만한 풍경이다. 미즈타미 씨는 “어린이들이 언제든 들어와 책을 읽고 대화하고 떠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소개했다. 주말에는 북적북적하다는 게 미즈타미 씨 설명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거실뿐 아니라 주방도 모두에게 개방됐다. 물론 인력과 주방 크기의 현실적 한계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판매 가능한 식권은 총 10식 정도다. 약 700~800엔(약 7000원)만 내면 거주 노인과 동일한 식단으로 함께 점심을 먹을 수 있다. 긴모쿠세이가 개방에 초점을 맞춘 건 운영 철학 때문이다. 시설이 아닌 집으로 느끼게 만들려면 도심 속에서 지역 사회와 공생해야 한다는 취지다. 요양 시설을 외부와 단절된 특별 관리 공간으로 설계하면 오히려 노인의 우울감이 커지고 사회적 고립을 야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생활 방식도 독특하다. 일단 거주 노인의 외출이 가능하다. 시설을 벗어나 도심 어디든 나다닐 수 있다. 물론 치매 환자도 상당수인 만큼 위험 요소는 있다. 이에 긴모쿠세이에서 치매 환자가 외출할 때는 직원이 조용히 따라나선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지켜보며 문제가 생기면 개입한다.
미즈타미 씨는 “노인뿐 아니라 누구나 집에서 나가 밖에서 잠시 머물고 싶은 욕망이 있다. 치매 환자라고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를 막기 시작하면 오히려 역효과만 발생할 뿐”이라고 말했다. 건강한 노인은 별도로 직원이 따라붙지 않는다. 일상 속 대화처럼 어디가시냐 묻는 게 전부다.
이날도 70대 노인 한 분이 외출했다. 미즈타미 씨는 “늘 1시간 정도 산책도 하고 마지막엔 꼭 맥주 한잔씩 드시고 돌아오신다”며 “긴모쿠세이는 술이나 담배도 모두 허용한다.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이곳을 집이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맥락에서 긴모쿠세이는 시설 내 42개 방(원룸 형태)에 모두 큰 창문을 뚫었다. 일반적인 요양 시설에서 ‘위험성’을 이유로 창문을 허용하지 않는 것과 180도 다른 풍경이다. 물론 혹시 모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창문 위치는 다소 높였다.
긴모쿠세이는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도 적은 편이다. 일단 한국의 실버타운 등에서 요구하는 입주금(보증금)이 없다. 월별 지급해야 하는 비용은 방 구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2만엔(약 200만원) 정도다. 2인 거주용 방은 41만엔(약 380만원)이다. 식비(아침·점심·저녁, 30일 기준)와 각종 생활 서비스비가 포함된 금액이다. 입주자 개호보험 등급에 따라 많게는 절반 가까운 비용을 정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
오렌지 데이 센가와는 한 달에 한번 ‘우크라이마 식당’에서 진행된다. 보통 치매 환자 2명과 오렌지 데이 센가와 운영위원회 봉사자가 함께 근무한다. 사진 위에는 뒤편이 한나 아키코 오렌지 데이 센가와 운영위 대표. 오렌지 데이 센가와는 누구나 와서 음료나 디저트를 먹을 수 있다. 다만 따뜻한 음료는 미지근하게 제공되고 주문 실수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오히려 주문 실수에 웃음꽃이 번진다. (오렌지 데이 센가와 제공)
스벅서 ‘정모’하는 치매 환자들
틀려도 OK…주문받고 서빙까지
“우리 부부는 요즘 산책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아요. 산책을 해도 집 근처만 맴돌고 있습니다. 10분 전만 해도 같이 외출하자고 보채던 남편이 여기가 어디냐며 집으로 돌아가자고 재촉하거든요.” “하하하, 우리라고 뭐 다르겠습니까.”
평일 오전 10시. 일본 도쿄 중남부 인구 40만명의 마치다시(町田市) 도심에 위치한 스타벅스 풍경이다. 카페 한편에 10명 정도 사람들이 테이블을 붙이고 둘러앉아 대화를 나눈다.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이들은 한 달에 1회 2시간씩 정기 모임을 갖는 D카페 참석자다. D카페는 치매를 뜻하는 영어 단어 ‘dementia(인지증)’의 앞 글자를 딴 이름이다. D카페에는 치매 환자 혹은 가족, 매끄러운 진행을 위해 사회를 맡은 돌봄 서포터 등이 활동 중이다. 언제든 합석도 환영이다. 실제로 D카페 안내 문구를 보고 지나가던 행인이나 카페 손님이 합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D카페 시작은 정부 정책이었다. 일본은 2012년 오렌지 플랜으로 불리는 치매 정책 5개년 계획을 세웠고 2015년 新오렌지 플랜으로 내용을 보완했다. 이 중 하나가 각 지자체에서 치매 환자나 가족이 지역 사회와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이에 마치다시는 D카페를 기획했다. 보통 치매 환자 모임은 동사무소 같은 공공기관이나 시니어 시설에서 열린다. 하지만 마치다시는 별개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모임은 의미 없다고 봤다. 오히려 치매 환자의 고립감만 키우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마츠아키 마치다시 활력생활부 고령자지원과 과장은 “치매 환자와 가족이 지역 주민들과 편안하게 교류할 수 있는, 누구나 언제든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며 “이를 찾는 과정에서 지역 내 스타벅스와 협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8년 시작된 마치다시의 D카페는 현재 지역 내 스타벅스 6곳과 협업 중이다. 한 점포당 월 1회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D카페 모임을 열고 있다. 2020년부터는 비대면 ‘줌(ZOOM)’ 형태 D카페도 열고 있다.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치매 카페도 등장했다. 도쿄 서부 쵸후시 센가와 지역 ‘오렌지 데이 센가와’ 얘기다. 단순 소통 공간을 넘어 치매 환자가 직접 음료와 디저트를 주문받고 서빙하는 ‘참여형 치매 카페’로 꾸몄다. 치매 환자는 근무 시간에 따른 소액의 급여도 지급받는다.
오렌지 데이 센가와는 상설 매장이 아니다. 한 달에 한번 열리는 일종의 팝업 스토어다. 평소에는 현지인이 손꼽는 생선 요리 맛집 ‘우크라이마(うくらいま食堂)’ 식당으로 운영된다. 오렌지 데이 센가와 프로젝트를 기획한 한나 아키코 오렌지 데이 센가와 운영위 대표는 “치매 카페는 일본 곳곳에 많이 있지만, 99%가 대화를 나누는 모임”이라면서 “물론 의미 있는 활동이지만 우리는 치매 환자가 직접 일을 하며 삶의 의미와 보람을 찾게 하는 데 목적을 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마 식당은 친구가 운영 중인 곳인데 친구의 아버지도 치매 환자였던 터라 프로젝트에 동참해줬다”고 설명했다.
오렌지 데이 센가와는 매달 둘째 주 수요일 오후 12시부터 2시 30분까지 열린다. 직장인 점심시간이 겹치는 가장 바쁜 때다. 아무래도 치매 환자가 주문을 받는 만큼 주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불만을 표현하는 손님은 단 한 명도 없다. 주문 실수에 오히려 웃음꽃이 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키코 대표는 “이상하게도 주문이 틀리면 오히려 즐거워해주신다”며 “우크라이마 식당으로 착각하고 방문하신 경우에도 카페 콘셉트를 설명드리면 모두 괜찮다고 하시는 분위기”라고 들려줬다. ‘맛’과 직결되는 부분도 손님이 양보한다. 오렌지 데이 센가와는 뜨거운 음료 주문 시 모두 미지근한 온도로 제공한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아키코 대표는 “손님의 배려 덕분에 오렌지 데이 센가와가 운영된다”며 “만일에 대비해 카페를 열 때마다 손해보험도 가입 중”이라고 말했다.
오렌지 데이 센가와의 다음 목표는 상설 매장이다. 아키코 대표는 “상설 매장이 운영위원(자원봉사자) 5명의 목표다. 지금은 자금 마련 방법을 고민 중”이라며 “상설 매장이 생긴다면 치매 환자뿐 아니라 장애가 있는 분이나 학교에 못 가는 학생 등 다양한 분을 직원으로 일할 수 있게 하고 싶다. 적어도 이 가게에서는 ‘틀려도 괜찮은’ 따뜻한 세상이 실현된다면 정말 기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오바구청 슬로 쇼핑 자원봉사자와 노인이 함께 쇼핑하고 있다. 아오바구청은 월 1회 슬로 쇼핑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점차 늘려나갈 방침이다. (요코하마시 제공)
마치다시는 총 6곳의 스타벅스와 협업해 D-카페를 열고 있다. 일본은 여전히 전단지를 통한 홍보가 많다. 사진은 마치다시가 만들어 배포하는 D-카페 일정 공유용 전단지. (최창원 기자)
고령자 쇼핑 돕고 창업 지원도
지역 내수 활성화 ‘일석이조’
공생 돌봄은 단순히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보면 내수 경제에도 긍정적 요소다.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북서부에 위치한 아오바구. 요코하마시 내에서도 고령화 속도가 빠른 편이다. 올해 3월 기준 전체 인구(30만6301명) 중 23.7%(7만2506명)가 65세 이상 고령자다. 그중에서도 75세 이상 초고령자가 4만4013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14.3%다. 아오바구는 2045년 75세 이상 초고령자가 6만7174명까지 불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오바구 주민 사이에선 고령화를 단순 지역 사회 문제 이상의 경제 이슈로 보기 시작하는 인식이 생겨났다. 고령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집이나 시설에만 머물 경우 소비 인구 감소로 지역 경제가 침체될 수 있어서다. 키시다 아오바구청 고령·장애지원과 과장은 “아오바구 중에서도 가장 고령층 비중이 높은 스스키노 지역(36.9%)에서 먼저 목소리가 나왔다. 고령자 분들이 집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들을 사회로 유인할 수 있는 요소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들의 목소리를 받아들이고 고민한 끝에 ‘슬로 쇼핑’을 기획하고 협업할 기업을 찾아 나섰다”고 설명했다. 슬로 쇼핑은 말 그대로 ‘천천히 쇼핑하자’는 의미를 담은 프로젝트다. 홀로 쇼핑하기 힘든 고령자가 자원봉사자와 함께 대형 마트 등을 찾아 편안하고, 느긋하게 쇼핑을 진행하는 형태다. 올해 3월 프로젝트를 시작한 아오바구청은 월 1회 슬로 쇼핑을 진행 중이다. 현재는 테스트 단계라는 게 아오바구청 설명이다. 점차 프로젝트 진행 횟수를 늘려나갈 방침이다.
물론 프로젝트가 순탄하게 진행된 것만은 아니다. 나카지마 아오바구청 고령·장애지원과 계장은 “고민거리가 많다. 가장 걱정인 건 효과적인 홍보 방안이다. 더 많은 고령자에게 프로젝트를 알려야 하는 상황인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민생원(지역 봉사단체)이나 지역 봉사자들과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전단지를 나누고 의료 기관에도 홍보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아직 아이디어 단계이긴 하지만 고령자 시설 등에 차량을 제공해서 쇼핑을 원하는 고령자를 모셔 오는 형태로 지원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아오바구가 이미 고령자가 된 이들을 대상으로 시니어 연계 형태의 지역 활성화 정책을 펼친다면, 도쿄는 언젠가 고령층이 될 55세 이상 시니어를 겨냥해 창업 지원에 나섰다. 은퇴를 앞둔 이들의 경제 활동 기간을 늘리고 새로운 삶의 동기 부여를 제공하자는 판단에서다.
‘시니어 비즈니스 그랑프리’가 대표적이다. 도쿄 중소기업진흥공사가 진행하는 시니어 비즈니스 그랑프리는 창업을 주제로 한 일종의 ‘시니어 쇼미더머니’다. 참가 조건은 ‘도쿄에 창업할 55세 이상 시니어’ 단 하나다. 참가자는 먼저 사업 계획서를 제출한다. 이후 아이템의 실현 가능성이나 수익성을 두고 2명의 심사위원과 면접을 한다. 이를 거쳐 총 10명의 파이널리스트가 선정된다. 파이널리스트 10명은 창업 아이템을 수많은 사람 앞에서 PPT로 발표한다. 10명의 파이널리스트는 모두 100만엔(약 950만원)을 받는다. 1위부터 3위까지는 별도 추가 상금(30만~100만엔)이 지급된다. 사사키 토모노리 도쿄 중소기업진흥공사 창업활성화지원과 과장은 “도쿄 내수 경제 활성화가 목표였다”며 “늘고 있는 시니어의 지속적인 경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창업 정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참가자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22년 68명이던 참가자 수는 2023년 114명에서 지난해 139명으로 늘었다. 사사키 토모노리 과장은 “올해 대회는 8월 31일까지 접수를 받고 있는데, 상금 규모를 키웠더니 관심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당초 시니어 비즈니스 그랑프리 파이널리스트 10인은 별도 상금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파이널리스트에 오르기만 해도 100만엔을 받는다. 시니어 비즈니스 그랑프리를 통한 성공적 창업 사례가 이어지는 것도 관심 증대 원인 중 하나다.
지난해 시니어 비즈니스 그랑프리에서 우승한 이리야마 씨는 반려동물용 구강 관리 제품을 아이템으로 내세웠다. 반려동물의 타액으로 자연스레 필름이 녹으며 구강 향균 작용 물질이 반려동물 입 안에 번지는 형태다. 아리야마 씨는 해당 아이템으로 ‘PETINA(페티나)’를 창업해 운영 중이다. 2년 차 스타트업이지만 직원 수만 8명이다. 펫 살롱 등 오프라인 매장에 이어 라쿠텐과 아마존 등 이커머스에서 판매를 시작, 올해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이리야마 씨는 “하던 일을 멈추면 무력감에 빠질 수밖에 없는데, 창업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기분”이라고 강조했다. 이리야마 씨는 창업 전까지 35년 동안 제약사 연구개발(R&D) 담당 직원으로 일했다. 창업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이리야마 씨는 시니어 비즈니스 그랑프리 PPT를 떠올렸다. 이리야마 씨는 “첫 발표자였던 탓에 굉장히 긴장했던 기억이 있다”며 “겉으로 티는 안 났을 수 있지만 새하얗게 질리는 경험을 했는데, 그 자체로도 참 귀중한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치매머니’부터 CCRC까지…역할 찾는 금융권·대학고령자 자금 2400조…신탁으로 유언 남겨
일본 기업들도 고령화 시대 제 역할 찾기에 한창이다. 특히 금융권은 사회 문제로 떠오른 ‘치매머니’ 해법 마련에 분주하다.
치매머니는 말 그대로 치매 환자들이 갖고 있는 자산을 말한다. 제대로 활용이 안 되는 탓에 사실상 ‘죽은 돈’으로 평가받는다. 치매머니 탓에 자금의 흐름이 막혀 국가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규모도 엄청나다. 일본의 치매머니 규모는 한국(140조원)의 17배 이상이다.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이 2022년 자국 치매 고령자가 보유한 자산액을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총액은 2020년 약 252조엔(약 2400조원)에 달했다.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은 2030년 314조엔(약 3000조원), 2040년 345조엔(약 330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치매 환자의 자산은 사실상 동결된다. 예금 인출 등 거래가 제한되고 보유 중인 부동산 매각 등도 쉽지 않다. ‘제대로 된 의사 결정 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고객 보호 차원에서 내린 정책이다. 일본 정부는 2020년 민법을 개정해 ‘의사 능력이 없을 때 그 법률 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정리했다. 이 경우 가족은 법원에 성년후견인 지정을 신청해야 한다. 다만 최소 3개월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자녀가 없거나 가족과 왕래가 적은 치매 환자의 경우 자산이 있는데도 병원비·생활비를 마련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언론 보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였던 치매 고령자의 통장을 사망 후 확인해 보니 약 1100만엔(약 1억 1000만원)이 예치된 게 알려져 화제가 됐다. 치매 부모를 병간호하는 자녀가 부모 자산을 활용하지 못해 파산하는 사례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 정부는 선제적인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을 홍보하는 한편 다양한 신탁(信託) 활용을 독려 중이다. 이에 발맞춰 금융권도 다양한 신탁 상품 홍보에 힘을 쏟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건 유언신탁과 유언대용신탁이다. 둘의 차이점은 신탁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이다. 유언신탁은 말 그대로 유언이다. 위탁자 사후에 효력이 발생한다. 지정된 수익자가 위탁자의 재산을 받는다. 유언대용신탁은 생전부터 효과가 이어진다. 생전에는 위탁자 본인이 수익자가 된다. 재산 관리를 수탁자(신탁은행)에 맡겨 발생한 운용 수익을 확보한다. 사후에는 생전에 정한 수익자(배우자나 자녀 등)에게 자동으로 수익권이 부여된다. 최근 일본에서는 유언대용신탁 수요가 높은 편이다. 유언신탁의 경우 어찌 됐건 상속 절차를 밟아야 하는 만큼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만, 유언대용신탁은 단순히 수익권의 대상만 바뀌는 형태기 때문이다. 츠지우치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 인생100년 응원부 기획팀 조사역은 “유언 관련 신탁 수요는 꾸준히 우상향 중”이라며 “새롭게 뛰어드는 금융권 회사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언 관련 신탁만큼 최근 일본에서 뜨거운 상품은 독신신탁이다. 츠지우치 조사역은 “2019년 해당 상품을 내놨는데 빠르게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친구끼리 손을 잡고 방문해 상품에 가입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독신신탁은 1인 가구를 겨냥한 상품이다.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은 위탁자 사망 후 신변 정리에 필요한 ▲친족·지인 연락 ▲SNS 정리 ▲유품 정리 ▲장례 절차 등을 지원한다.
장례 장소나 위치·방식 등도 미리 정해둘 수 있다. 신탁 금액에서 각종 신변 정리에 쓴 비용을 제외한 자산은 위탁자가 지정한 상속인(가족이나 지인)에게 전달된다. 장례비는 별도로 받아 보관한다. 츠지우치 조사역은 “일본은 ‘메이와쿠(迷惑)’ 문화가 있다. 친구나 지인은 물론이고 가족에게도 민폐를 끼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에 독신신탁이나 유언 관련 신탁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1인 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어 독신신탁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저렴한 비용도 수요 증대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독신신탁의 경우 입회비(가입비)가 3만3000엔(약 30만원) 정도다. 자산을 보관하는 비용은 별도로 발생하지 않고, 사후 신변 정리가 집행될 때 집행비 11만엔(약 100만원)과 계약 기간에 따른 비용(연수 × 6600엔)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70세로 계약해 100세에 사망한 경우 총 34만1000엔(약 320만원)이 든다. 장례비는 입회비·집행비와 별개로 미리 받아둔다.
역할을 찾아 나선 건 금융권뿐만 아니다. 지바현에 위치한 일본 국립대 중 하나인 지바대(千葉大學)는 2016년부터 일본형 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생애활약마을)에 동참하고 있다. 생애활약마을은 고령자가 자신이 희망하는 지역으로 이주해 생활을 이어가는 동시에 지속적인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을 만드는 것이다. CCRC는 크게 미국형과 일본형으로 나뉜다. 미국은 민간단체 주도로 진행되고 일본은 지자체와 대학 등이 중심이 된다.
지바대 CCRC 프로젝트 담당자인 타지마 쇼타 부교수는 “처음엔 별도의 CCRC 지역을 만들고자 했지만 비용이나 인력 등 현실적인 이유로 중단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꾸준히 CCRC에 대한 목표 의식이 있었고 현재는 기존 요양 시설과 협력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타지마 쇼타 부교수는 “지바현 나가라초 지역에 리솔 노 모리라는 요양 시설이 있다. 우리가 그곳에 교수를 보내 수업을 진행하는 형태로 이어가고 있다. 혹 지바대에 담당 전공 교수가 없는 경우에는 대학 네트워크를 활용해 주제에 맞는 사람을 찾아 보내고 있다. 주로 미술이나 음악, 최근에는 로봇 등에 대한 수업을 한다”고 말했다. 수업은 해당 시설 거주자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무료로 들을 수 있다. 타지마 쇼타 부교수는 “아무래도 인력을 보내야 하는 일인 만큼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는 정부지원금이나 요양 시설 차원에서 지급하는 비용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도쿄·가나가와·지바 =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7호 (2025.07.09~07.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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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마주할 미래가 심각한 이유는 늙어가는 속도 때문이다. 고령사회 돌입 이후 초고령사회까지 걸린 기간은 불과 8년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2024년이면 고령인구 비율이 37%까지 높아져 ‘세계에서 합자회사설립 가장 늙은 나라’가 된다. 늙은 나라는 생산 가능 연령 인구가 줄어 경제 활력이 떨어진다. 전 세계 합계출산율 꼴찌인 현실을 감안하면 미래는 더욱 암울해진다.
다만 한국은 우리보다 먼저 노인 국가가 된 일본을 곁에 뒀다. 일본이 겪었던 시행착오와 성공 사례를 통해 배울 게 적지 않다. 매경이코노미는 일본 현지 취재를 통해 ‘정해진 미래’ 울산nh캐피탈 를 먼저 가봤다. 일본은 고립보다는 공생으로 초고령사회를 마주했다. 극심한 사회적 고립에 노출된 한국 노인과 대조적이다. 또한 실버 산업을 적극 키워 위기를 기회로 바꿔나갔다.
긴모쿠세이 우라야스 지점은 지바현 우라야스(浦安) 도심 한복판에 위치했다. 흔한 차단막이나 직원도 부평부동산중개업소 찾아볼 수 없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예쁜 카페가 떠오르는 풍경이다. (최창원 기자)
일본 도쿄의 심장으로 불리는 마루노우치 지역에서 지하철로 약 30분 거리인 지바현 우라야스(浦安)시. 우리에게는 ‘디즈니랜드’와 ‘디즈니 리조트’가 위치한 곳으로 잘 알려졌다. 하지만 일본 업무내용 시니어 업계와 전 세계 시니어 서비스 종사자들이 이곳을 주목하는 배경은 따로 있다. 고령화 시대, 일본의 달라진 해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요양원 ‘긴모쿠세이 우라야스(銀木犀 浦安)’가 있어서다.
“10년 전만 해도 일본은 착각 속에 살았다. 노인이나 치매 환자를 위해 특별한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식사를 티빙모먼트 대접하고 청소를 한다거나 빨래를 개는 게 ‘돌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오만한 생각이었다. 노인을 위해 뭐든지 해주겠다는 과잉 간병이 그들을 고립으로 이끌었다. 그건 진정한 의미의 돌봄이 아니다. 돌봄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나 자유를 빼앗는 게 아니라 그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뒤에서 지켜보고 지원해 그들을 사회로 이끌어내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할 존재다.”
현지 사회복지사는 이 말과 함께 긴모쿠세이가 고령화 시대를 마주한 일본의 결론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어떻게든 노인의 고립을 막고 사회로 이끌어내려고 한다. ‘공생(共生) 돌봄’이다. ‘공생 돌봄’이 급속도로 들이닥친 대한민국 ‘슬기로운 초고령사회’의 한 가지 해법이 될 수 있을까.
긴모쿠세이 우라야스 지점 입구는 작은 매점으로 만들어져 있다. 기자가 시설을 찾은 이날도 어린이들이 간식을 사고 있었다. 또 1층 로비 한편엔 아이들 책이 가득하다. (최창원 기자)
요양원서 뛰어노는 어린이들
외출은 기본 술·담배도 ‘OK’
일본은 2011년 ‘고령자 주거 안정에 관한 법률’을 만들고 복지 정책 방향성을 틀었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에게 외진 지역의 요양 시설 입소를 권하기보다 지역 사회 거주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이 과정에서 떠오른 게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이다.
노인들은 배리어프리(barrier-free) 설계가 적용된 시설에서 외출이나 식사 등 일반적인 생활을 한다. 동시에 지역 사회의 출장 의료·미용 서비스를 받는 형태다. 이렇게 노인 비용 부담을 덜고 지역 사회와 노인이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다만 이렇다 할 성공 사례가 없었다. 그러다 긴모쿠세이 등장으로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이 현실화됐다. 2016년 긴모쿠세이 우라야스 지점을 연 운영사 실버우드는 현재 일본 전역에서 10개 지점을 관리 중이다.
긴모쿠세이는 자리 잡은 위치부터 이색적이다.
먼저 한국을 떠올려 보자. 대부분 산 좋고 물 맑은 지방 외진 지역에 요양 시설이 밀집돼 있다. 그나마 최근에야 서울 인근에 시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대부분 ‘초럭셔리’를 표방한 호텔에 가까운 시설이다. 지역 사회와 조화로운 평범한 집이라고 보기엔 외형도 안 어울리고 가격 부담도 크다. 반면 긴모쿠세이는 모든 지점이 도심 한복판에서 지역 사회 건물과 함께 어울린다. 잘 모르고 지나가던 사람 눈에도 예쁜 빌라 혹은 카페·식당 정도로 보일 뿐이다. 더욱이 배리어프리로 설계된 만큼 담장이나 출입을 통제하는 직원도 없다. 하지만 이곳은 한국의 장기요양보험 같은 일본의 개호보험 등급을 받은 43명의 노인·치매 환자와 34명의 직원이 머무르는 요양 시설이다.
긴모쿠세이 방문 전 여권부터 챙겼다. 아무래도 요양 시설인 만큼 입구에서 통제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해서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긴모쿠세이는 말 그대로 ‘완전 개방’된 형태다. 차단막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오히려 입장을 반긴다며 운영 시간을 공지한 표지판이 자리한다. 긴모쿠세이를 찾은 이날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출입이 가능했다. 입구를 지나 출입문을 열자 작은 매점이 나왔다. 3평 남짓한 공간에 아이스크림부터 각종 음료와 한입 거리 간식,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필기구까지 가득하다. 운영 시간에는 누구나 들어와 매점을 이용할 수 있다. 이날도 초등학교 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연이어 문을 열고 자연스럽게 간식을 샀다. 긴모쿠세이 운영 직원인 미즈타미 씨는 “매점을 찾는 손님은 주로 어린 학생들”이라고 설명했다. 더 놀라운 건 결제 방식이다. 긴모쿠세이에 거주하는 노인이 직접 결제를 도왔다. 직원은 거리를 두고 바라만 봤다. 문제가 있을 때만 개입해 해결한다는 게 긴모쿠세이 운영 철학이다.
매점을 지나 1층 로비로 들어가자 ‘거실’ 같은 공간이 나타났다. 거주 중인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노인을 위한 공간인데, 어린이를 위한 책과 작은 의자들이 눈에 띈다. 정체를 모르는 사람이 보면 어린이 도서관이 떠오를 만한 풍경이다. 미즈타미 씨는 “어린이들이 언제든 들어와 책을 읽고 대화하고 떠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소개했다. 주말에는 북적북적하다는 게 미즈타미 씨 설명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거실뿐 아니라 주방도 모두에게 개방됐다. 물론 인력과 주방 크기의 현실적 한계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판매 가능한 식권은 총 10식 정도다. 약 700~800엔(약 7000원)만 내면 거주 노인과 동일한 식단으로 함께 점심을 먹을 수 있다. 긴모쿠세이가 개방에 초점을 맞춘 건 운영 철학 때문이다. 시설이 아닌 집으로 느끼게 만들려면 도심 속에서 지역 사회와 공생해야 한다는 취지다. 요양 시설을 외부와 단절된 특별 관리 공간으로 설계하면 오히려 노인의 우울감이 커지고 사회적 고립을 야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생활 방식도 독특하다. 일단 거주 노인의 외출이 가능하다. 시설을 벗어나 도심 어디든 나다닐 수 있다. 물론 치매 환자도 상당수인 만큼 위험 요소는 있다. 이에 긴모쿠세이에서 치매 환자가 외출할 때는 직원이 조용히 따라나선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지켜보며 문제가 생기면 개입한다.
미즈타미 씨는 “노인뿐 아니라 누구나 집에서 나가 밖에서 잠시 머물고 싶은 욕망이 있다. 치매 환자라고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를 막기 시작하면 오히려 역효과만 발생할 뿐”이라고 말했다. 건강한 노인은 별도로 직원이 따라붙지 않는다. 일상 속 대화처럼 어디가시냐 묻는 게 전부다.
이날도 70대 노인 한 분이 외출했다. 미즈타미 씨는 “늘 1시간 정도 산책도 하고 마지막엔 꼭 맥주 한잔씩 드시고 돌아오신다”며 “긴모쿠세이는 술이나 담배도 모두 허용한다.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이곳을 집이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맥락에서 긴모쿠세이는 시설 내 42개 방(원룸 형태)에 모두 큰 창문을 뚫었다. 일반적인 요양 시설에서 ‘위험성’을 이유로 창문을 허용하지 않는 것과 180도 다른 풍경이다. 물론 혹시 모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창문 위치는 다소 높였다.
긴모쿠세이는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도 적은 편이다. 일단 한국의 실버타운 등에서 요구하는 입주금(보증금)이 없다. 월별 지급해야 하는 비용은 방 구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2만엔(약 200만원) 정도다. 2인 거주용 방은 41만엔(약 380만원)이다. 식비(아침·점심·저녁, 30일 기준)와 각종 생활 서비스비가 포함된 금액이다. 입주자 개호보험 등급에 따라 많게는 절반 가까운 비용을 정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
오렌지 데이 센가와는 한 달에 한번 ‘우크라이마 식당’에서 진행된다. 보통 치매 환자 2명과 오렌지 데이 센가와 운영위원회 봉사자가 함께 근무한다. 사진 위에는 뒤편이 한나 아키코 오렌지 데이 센가와 운영위 대표. 오렌지 데이 센가와는 누구나 와서 음료나 디저트를 먹을 수 있다. 다만 따뜻한 음료는 미지근하게 제공되고 주문 실수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오히려 주문 실수에 웃음꽃이 번진다. (오렌지 데이 센가와 제공)
스벅서 ‘정모’하는 치매 환자들
틀려도 OK…주문받고 서빙까지
“우리 부부는 요즘 산책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아요. 산책을 해도 집 근처만 맴돌고 있습니다. 10분 전만 해도 같이 외출하자고 보채던 남편이 여기가 어디냐며 집으로 돌아가자고 재촉하거든요.” “하하하, 우리라고 뭐 다르겠습니까.”
평일 오전 10시. 일본 도쿄 중남부 인구 40만명의 마치다시(町田市) 도심에 위치한 스타벅스 풍경이다. 카페 한편에 10명 정도 사람들이 테이블을 붙이고 둘러앉아 대화를 나눈다.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이들은 한 달에 1회 2시간씩 정기 모임을 갖는 D카페 참석자다. D카페는 치매를 뜻하는 영어 단어 ‘dementia(인지증)’의 앞 글자를 딴 이름이다. D카페에는 치매 환자 혹은 가족, 매끄러운 진행을 위해 사회를 맡은 돌봄 서포터 등이 활동 중이다. 언제든 합석도 환영이다. 실제로 D카페 안내 문구를 보고 지나가던 행인이나 카페 손님이 합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D카페 시작은 정부 정책이었다. 일본은 2012년 오렌지 플랜으로 불리는 치매 정책 5개년 계획을 세웠고 2015년 新오렌지 플랜으로 내용을 보완했다. 이 중 하나가 각 지자체에서 치매 환자나 가족이 지역 사회와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이에 마치다시는 D카페를 기획했다. 보통 치매 환자 모임은 동사무소 같은 공공기관이나 시니어 시설에서 열린다. 하지만 마치다시는 별개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모임은 의미 없다고 봤다. 오히려 치매 환자의 고립감만 키우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마츠아키 마치다시 활력생활부 고령자지원과 과장은 “치매 환자와 가족이 지역 주민들과 편안하게 교류할 수 있는, 누구나 언제든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며 “이를 찾는 과정에서 지역 내 스타벅스와 협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8년 시작된 마치다시의 D카페는 현재 지역 내 스타벅스 6곳과 협업 중이다. 한 점포당 월 1회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D카페 모임을 열고 있다. 2020년부터는 비대면 ‘줌(ZOOM)’ 형태 D카페도 열고 있다.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치매 카페도 등장했다. 도쿄 서부 쵸후시 센가와 지역 ‘오렌지 데이 센가와’ 얘기다. 단순 소통 공간을 넘어 치매 환자가 직접 음료와 디저트를 주문받고 서빙하는 ‘참여형 치매 카페’로 꾸몄다. 치매 환자는 근무 시간에 따른 소액의 급여도 지급받는다.
오렌지 데이 센가와는 상설 매장이 아니다. 한 달에 한번 열리는 일종의 팝업 스토어다. 평소에는 현지인이 손꼽는 생선 요리 맛집 ‘우크라이마(うくらいま食堂)’ 식당으로 운영된다. 오렌지 데이 센가와 프로젝트를 기획한 한나 아키코 오렌지 데이 센가와 운영위 대표는 “치매 카페는 일본 곳곳에 많이 있지만, 99%가 대화를 나누는 모임”이라면서 “물론 의미 있는 활동이지만 우리는 치매 환자가 직접 일을 하며 삶의 의미와 보람을 찾게 하는 데 목적을 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마 식당은 친구가 운영 중인 곳인데 친구의 아버지도 치매 환자였던 터라 프로젝트에 동참해줬다”고 설명했다.
오렌지 데이 센가와는 매달 둘째 주 수요일 오후 12시부터 2시 30분까지 열린다. 직장인 점심시간이 겹치는 가장 바쁜 때다. 아무래도 치매 환자가 주문을 받는 만큼 주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불만을 표현하는 손님은 단 한 명도 없다. 주문 실수에 오히려 웃음꽃이 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키코 대표는 “이상하게도 주문이 틀리면 오히려 즐거워해주신다”며 “우크라이마 식당으로 착각하고 방문하신 경우에도 카페 콘셉트를 설명드리면 모두 괜찮다고 하시는 분위기”라고 들려줬다. ‘맛’과 직결되는 부분도 손님이 양보한다. 오렌지 데이 센가와는 뜨거운 음료 주문 시 모두 미지근한 온도로 제공한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아키코 대표는 “손님의 배려 덕분에 오렌지 데이 센가와가 운영된다”며 “만일에 대비해 카페를 열 때마다 손해보험도 가입 중”이라고 말했다.
오렌지 데이 센가와의 다음 목표는 상설 매장이다. 아키코 대표는 “상설 매장이 운영위원(자원봉사자) 5명의 목표다. 지금은 자금 마련 방법을 고민 중”이라며 “상설 매장이 생긴다면 치매 환자뿐 아니라 장애가 있는 분이나 학교에 못 가는 학생 등 다양한 분을 직원으로 일할 수 있게 하고 싶다. 적어도 이 가게에서는 ‘틀려도 괜찮은’ 따뜻한 세상이 실현된다면 정말 기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오바구청 슬로 쇼핑 자원봉사자와 노인이 함께 쇼핑하고 있다. 아오바구청은 월 1회 슬로 쇼핑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점차 늘려나갈 방침이다. (요코하마시 제공)
마치다시는 총 6곳의 스타벅스와 협업해 D-카페를 열고 있다. 일본은 여전히 전단지를 통한 홍보가 많다. 사진은 마치다시가 만들어 배포하는 D-카페 일정 공유용 전단지. (최창원 기자)
고령자 쇼핑 돕고 창업 지원도
지역 내수 활성화 ‘일석이조’
공생 돌봄은 단순히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보면 내수 경제에도 긍정적 요소다.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북서부에 위치한 아오바구. 요코하마시 내에서도 고령화 속도가 빠른 편이다. 올해 3월 기준 전체 인구(30만6301명) 중 23.7%(7만2506명)가 65세 이상 고령자다. 그중에서도 75세 이상 초고령자가 4만4013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14.3%다. 아오바구는 2045년 75세 이상 초고령자가 6만7174명까지 불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오바구 주민 사이에선 고령화를 단순 지역 사회 문제 이상의 경제 이슈로 보기 시작하는 인식이 생겨났다. 고령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집이나 시설에만 머물 경우 소비 인구 감소로 지역 경제가 침체될 수 있어서다. 키시다 아오바구청 고령·장애지원과 과장은 “아오바구 중에서도 가장 고령층 비중이 높은 스스키노 지역(36.9%)에서 먼저 목소리가 나왔다. 고령자 분들이 집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들을 사회로 유인할 수 있는 요소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들의 목소리를 받아들이고 고민한 끝에 ‘슬로 쇼핑’을 기획하고 협업할 기업을 찾아 나섰다”고 설명했다. 슬로 쇼핑은 말 그대로 ‘천천히 쇼핑하자’는 의미를 담은 프로젝트다. 홀로 쇼핑하기 힘든 고령자가 자원봉사자와 함께 대형 마트 등을 찾아 편안하고, 느긋하게 쇼핑을 진행하는 형태다. 올해 3월 프로젝트를 시작한 아오바구청은 월 1회 슬로 쇼핑을 진행 중이다. 현재는 테스트 단계라는 게 아오바구청 설명이다. 점차 프로젝트 진행 횟수를 늘려나갈 방침이다.
물론 프로젝트가 순탄하게 진행된 것만은 아니다. 나카지마 아오바구청 고령·장애지원과 계장은 “고민거리가 많다. 가장 걱정인 건 효과적인 홍보 방안이다. 더 많은 고령자에게 프로젝트를 알려야 하는 상황인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민생원(지역 봉사단체)이나 지역 봉사자들과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전단지를 나누고 의료 기관에도 홍보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아직 아이디어 단계이긴 하지만 고령자 시설 등에 차량을 제공해서 쇼핑을 원하는 고령자를 모셔 오는 형태로 지원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아오바구가 이미 고령자가 된 이들을 대상으로 시니어 연계 형태의 지역 활성화 정책을 펼친다면, 도쿄는 언젠가 고령층이 될 55세 이상 시니어를 겨냥해 창업 지원에 나섰다. 은퇴를 앞둔 이들의 경제 활동 기간을 늘리고 새로운 삶의 동기 부여를 제공하자는 판단에서다.
‘시니어 비즈니스 그랑프리’가 대표적이다. 도쿄 중소기업진흥공사가 진행하는 시니어 비즈니스 그랑프리는 창업을 주제로 한 일종의 ‘시니어 쇼미더머니’다. 참가 조건은 ‘도쿄에 창업할 55세 이상 시니어’ 단 하나다. 참가자는 먼저 사업 계획서를 제출한다. 이후 아이템의 실현 가능성이나 수익성을 두고 2명의 심사위원과 면접을 한다. 이를 거쳐 총 10명의 파이널리스트가 선정된다. 파이널리스트 10명은 창업 아이템을 수많은 사람 앞에서 PPT로 발표한다. 10명의 파이널리스트는 모두 100만엔(약 950만원)을 받는다. 1위부터 3위까지는 별도 추가 상금(30만~100만엔)이 지급된다. 사사키 토모노리 도쿄 중소기업진흥공사 창업활성화지원과 과장은 “도쿄 내수 경제 활성화가 목표였다”며 “늘고 있는 시니어의 지속적인 경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창업 정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참가자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22년 68명이던 참가자 수는 2023년 114명에서 지난해 139명으로 늘었다. 사사키 토모노리 과장은 “올해 대회는 8월 31일까지 접수를 받고 있는데, 상금 규모를 키웠더니 관심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당초 시니어 비즈니스 그랑프리 파이널리스트 10인은 별도 상금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파이널리스트에 오르기만 해도 100만엔을 받는다. 시니어 비즈니스 그랑프리를 통한 성공적 창업 사례가 이어지는 것도 관심 증대 원인 중 하나다.
지난해 시니어 비즈니스 그랑프리에서 우승한 이리야마 씨는 반려동물용 구강 관리 제품을 아이템으로 내세웠다. 반려동물의 타액으로 자연스레 필름이 녹으며 구강 향균 작용 물질이 반려동물 입 안에 번지는 형태다. 아리야마 씨는 해당 아이템으로 ‘PETINA(페티나)’를 창업해 운영 중이다. 2년 차 스타트업이지만 직원 수만 8명이다. 펫 살롱 등 오프라인 매장에 이어 라쿠텐과 아마존 등 이커머스에서 판매를 시작, 올해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이리야마 씨는 “하던 일을 멈추면 무력감에 빠질 수밖에 없는데, 창업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기분”이라고 강조했다. 이리야마 씨는 창업 전까지 35년 동안 제약사 연구개발(R&D) 담당 직원으로 일했다. 창업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이리야마 씨는 시니어 비즈니스 그랑프리 PPT를 떠올렸다. 이리야마 씨는 “첫 발표자였던 탓에 굉장히 긴장했던 기억이 있다”며 “겉으로 티는 안 났을 수 있지만 새하얗게 질리는 경험을 했는데, 그 자체로도 참 귀중한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치매머니’부터 CCRC까지…역할 찾는 금융권·대학고령자 자금 2400조…신탁으로 유언 남겨
일본 기업들도 고령화 시대 제 역할 찾기에 한창이다. 특히 금융권은 사회 문제로 떠오른 ‘치매머니’ 해법 마련에 분주하다.
치매머니는 말 그대로 치매 환자들이 갖고 있는 자산을 말한다. 제대로 활용이 안 되는 탓에 사실상 ‘죽은 돈’으로 평가받는다. 치매머니 탓에 자금의 흐름이 막혀 국가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규모도 엄청나다. 일본의 치매머니 규모는 한국(140조원)의 17배 이상이다.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이 2022년 자국 치매 고령자가 보유한 자산액을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총액은 2020년 약 252조엔(약 2400조원)에 달했다.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은 2030년 314조엔(약 3000조원), 2040년 345조엔(약 330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치매 환자의 자산은 사실상 동결된다. 예금 인출 등 거래가 제한되고 보유 중인 부동산 매각 등도 쉽지 않다. ‘제대로 된 의사 결정 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고객 보호 차원에서 내린 정책이다. 일본 정부는 2020년 민법을 개정해 ‘의사 능력이 없을 때 그 법률 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정리했다. 이 경우 가족은 법원에 성년후견인 지정을 신청해야 한다. 다만 최소 3개월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자녀가 없거나 가족과 왕래가 적은 치매 환자의 경우 자산이 있는데도 병원비·생활비를 마련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언론 보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였던 치매 고령자의 통장을 사망 후 확인해 보니 약 1100만엔(약 1억 1000만원)이 예치된 게 알려져 화제가 됐다. 치매 부모를 병간호하는 자녀가 부모 자산을 활용하지 못해 파산하는 사례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 정부는 선제적인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을 홍보하는 한편 다양한 신탁(信託) 활용을 독려 중이다. 이에 발맞춰 금융권도 다양한 신탁 상품 홍보에 힘을 쏟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건 유언신탁과 유언대용신탁이다. 둘의 차이점은 신탁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이다. 유언신탁은 말 그대로 유언이다. 위탁자 사후에 효력이 발생한다. 지정된 수익자가 위탁자의 재산을 받는다. 유언대용신탁은 생전부터 효과가 이어진다. 생전에는 위탁자 본인이 수익자가 된다. 재산 관리를 수탁자(신탁은행)에 맡겨 발생한 운용 수익을 확보한다. 사후에는 생전에 정한 수익자(배우자나 자녀 등)에게 자동으로 수익권이 부여된다. 최근 일본에서는 유언대용신탁 수요가 높은 편이다. 유언신탁의 경우 어찌 됐건 상속 절차를 밟아야 하는 만큼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만, 유언대용신탁은 단순히 수익권의 대상만 바뀌는 형태기 때문이다. 츠지우치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 인생100년 응원부 기획팀 조사역은 “유언 관련 신탁 수요는 꾸준히 우상향 중”이라며 “새롭게 뛰어드는 금융권 회사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언 관련 신탁만큼 최근 일본에서 뜨거운 상품은 독신신탁이다. 츠지우치 조사역은 “2019년 해당 상품을 내놨는데 빠르게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친구끼리 손을 잡고 방문해 상품에 가입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독신신탁은 1인 가구를 겨냥한 상품이다.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은 위탁자 사망 후 신변 정리에 필요한 ▲친족·지인 연락 ▲SNS 정리 ▲유품 정리 ▲장례 절차 등을 지원한다.
장례 장소나 위치·방식 등도 미리 정해둘 수 있다. 신탁 금액에서 각종 신변 정리에 쓴 비용을 제외한 자산은 위탁자가 지정한 상속인(가족이나 지인)에게 전달된다. 장례비는 별도로 받아 보관한다. 츠지우치 조사역은 “일본은 ‘메이와쿠(迷惑)’ 문화가 있다. 친구나 지인은 물론이고 가족에게도 민폐를 끼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에 독신신탁이나 유언 관련 신탁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1인 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어 독신신탁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저렴한 비용도 수요 증대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독신신탁의 경우 입회비(가입비)가 3만3000엔(약 30만원) 정도다. 자산을 보관하는 비용은 별도로 발생하지 않고, 사후 신변 정리가 집행될 때 집행비 11만엔(약 100만원)과 계약 기간에 따른 비용(연수 × 6600엔)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70세로 계약해 100세에 사망한 경우 총 34만1000엔(약 320만원)이 든다. 장례비는 입회비·집행비와 별개로 미리 받아둔다.
역할을 찾아 나선 건 금융권뿐만 아니다. 지바현에 위치한 일본 국립대 중 하나인 지바대(千葉大學)는 2016년부터 일본형 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생애활약마을)에 동참하고 있다. 생애활약마을은 고령자가 자신이 희망하는 지역으로 이주해 생활을 이어가는 동시에 지속적인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을 만드는 것이다. CCRC는 크게 미국형과 일본형으로 나뉜다. 미국은 민간단체 주도로 진행되고 일본은 지자체와 대학 등이 중심이 된다.
지바대 CCRC 프로젝트 담당자인 타지마 쇼타 부교수는 “처음엔 별도의 CCRC 지역을 만들고자 했지만 비용이나 인력 등 현실적인 이유로 중단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꾸준히 CCRC에 대한 목표 의식이 있었고 현재는 기존 요양 시설과 협력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타지마 쇼타 부교수는 “지바현 나가라초 지역에 리솔 노 모리라는 요양 시설이 있다. 우리가 그곳에 교수를 보내 수업을 진행하는 형태로 이어가고 있다. 혹 지바대에 담당 전공 교수가 없는 경우에는 대학 네트워크를 활용해 주제에 맞는 사람을 찾아 보내고 있다. 주로 미술이나 음악, 최근에는 로봇 등에 대한 수업을 한다”고 말했다. 수업은 해당 시설 거주자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무료로 들을 수 있다. 타지마 쇼타 부교수는 “아무래도 인력을 보내야 하는 일인 만큼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는 정부지원금이나 요양 시설 차원에서 지급하는 비용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도쿄·가나가와·지바 =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7호 (2025.07.09~07.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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